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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Log

Lumia 1020 10일 체험기

겨우 10일 사용해 보고 사용기 같은 걸 쓴다니 나는 파워블로거지가 아니다! … 라는 생각으로 적어보는 Lumia 1020 10일 체험기.


2013년 7월에 발매한 물건을 어째서 2015년 3월에 구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좀 복잡하긴 한데, 굳이 맘에 안 드는 아이폰 신규 모델을 쓸 것인가 안드로이드로 옮겨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에이 차라리 스마트폰 앱으로 낭비할 시간에 Lumia 1020을 사서 사진이나 열심히 찍자!'하는 같잖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생각이 그랬다는 것이고,


뭐 아무려면 어떤가. 이것은 정말 예쁘다. 






사진으로는 이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지 않나 싶은데, 마치 원색의 크레용 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어디에 두어도 주변 풍경의 채도를 확 떨어뜨린달까… 실물을 보신 적이 없다면 나중에 한 번 살펴들 보시기를.


그러나 - 이쁜 건 이쁜거지만, 윈도우 폰 유저로서의 삶은 험난하다. 5년이나 묵은 구닥다리 iPhone 4를 쓰다가 Lumia 1020으로 옮겨간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하면:


- 인터넷 뱅킹 불가: 앱이 없다.

- 카톡 잘 안씀: 윈폰 버전 카톡은 좀 많이 바보같다.

- 게임 안함: 원래 안했지만 이제는 앱이 없다(…)

- 테더링 불가: MS가 WP 8.1 업데이트를 통해 통신사의 설정을 강제로 적용하도록 바꿨다. jailbreak도 안된다.

- 자전거 네비게이션 못 씀: 구글맵이 없다(…) 자전거 네비 지원하는 다른 앱도 없다.

- 자전거 주행기록 안 함: ...

- 페북 잘 안 씀: 윈폰 버전 페북은 Microsoft가 개발하고 있다. 무슨 소리냐고? 사실이다:
  http://www.windowsphone.com/en-us/store/app/facebook/82a23635-5bd9-df11-a844-00237de2db9e 

- 에버노트로 기록 안 함: 에버노트에서 기존 노트를 편집했다가 노트 내용이 overwrite됐는데 conflicted 노트도 안 남아서 노트를 날린게 벌써 한 네 건쯤 된다.

- 메일 앱으로 메모 안 남김: Gmail의 Draft 기능이 윈도우 폰의 built-in 메일 앱과 호환되지 않는다. (이건 설명하기 좀 복잡함. 직접 써보시라고 밖에…) 

- 사진도 많이 못 찍음: 나는 스냅사진을 주로 찍는데, 기동 시간이 5~6초로 살짝 긴데다 연사 기능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어서 스냅으로 파바바박 막 찍어대긴 어렵다.

- 분명히 모바일용 웹 페이지인데 Lumia 1020에서는 이미지가 반쪽만 보인다던가, 뭔가 페이지 레이아웃이 와장창 깨져 있거나 해서 스트레스를 준다. 아니 이놈의 IE는 모바일 버전도 호환성이 이런거야? (…)

- No Trello, no Hangout, no Slack, no …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앱이 없다 or 앱이 거지같다. 사실 윈도우 폰 사면서 미리 각오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만 이건 총체적 난국이랄까.


그나마 어떻게든 장점을 짜내보자면,


- 어두운 카페에서 그냥 대충 스마트폰 꺼내서 사진 찍으면 이런 사진이 나온다:

- 라이브 타일 기능은 무척 맘에 든다. 하지만 언젠가 애플이 비슷한 기능 내놓겠지… (안드로이드는 이미 위젯 형태로 하고 있고)

- 실제로 나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주고 있다 (…) 

- 메일 앱이 약간 독특한 방식이라, 메일 계정을 추가하면 계정마다 앱 아이콘이 생긴다. 앱 하나에 여러 메일 계정을 등록해 쓰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하다.

- 앱의 특정 기능을 pin으로 꺼낼 수 있는 기능 또한 좋다. 예를 들면, 에버노트의 '새 노트 작성’을 별도의 아이콘 앱처럼 꺼내서 곧바로 새 노트를 작성하는 화면으로 넘어가도록 세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앱이 이 pin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언젠가 애플이 비슷한 기능 내놓겠지2...

- 기본 앱은 아니지만 기본 앱 같은(?) Here 맵이 offline map navigation 기능을 제공한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네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실제로 airplane mode를 켠 상태에서도 주소 검색이나 네비게이션 모두 잘 작동한다) 하지만 한국 지도는 다운받을 수 없으므로 혹시 한국에서 사용하시려는 분들은 이 타이밍에서 절망하시면 됩니다. 이 사안은 누굴 욕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교통관련 정부부처를 비난하면 될려나(…)



뭐 장점도 적어보니 장점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카메라 밖에 장점이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