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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손톱에 부딪히는 키의 촉감이 거슬려.

요즘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의 키보드는 이전에 사용해오던 녀석들과 사뭇 다르다. 그냥 한 눈에 보기에도 다른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좀 더 세심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손가락과 키가 닿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노트북에 달려있는 키는 데스크탑 키보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움푹 패인 모양을 하고 있다. 반면에 내가 지금 사용하는 녀석은 완전히 평평한 형태. 싸구려 전자 계산기의 키 모양을 머리 속에 그려보면,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과 대충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물론 누르는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갑자기 내가 이 '평평한 키'를 의식하게 된 것은 아마 이틀 전부터였을거다. 최근 파견된 곳의 '위중한 업무' 덕택에 야근을 하게 되면서, 회사 업무와 짬잠이 시간을 내서 하는 포스팅, 혹은 새벽의 영어 공부... 외에는 전혀 다른데에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손톱 관리나 이런 것도 소홀해지고. 원래 손톱길이를 짧게 유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거슬릴 때는 확실히 잘라주기는 한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야근으로 멍해져 오는데야 손톱 길이가 길건 짧건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 되어버린다. 신경이 거기까지 가서 닿지 않게 되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길어져버린 손톱. 이것이 다른 때에는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데(물론 야근으로 인해서 정신이 멍해졌음은 미리 밝혔다) 컴퓨터 키보드를 치고 있을 때는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내가 굳이 손가락을 세워서 타이핑을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키가 평평하다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손톱이 키를 거의 긁듯이 타이핑하게 되고, 이러면 키보드가 뭔가 신경질적인 소리로 반응한다. '키보드의 신경질적인 소리'가 대체 어떤거냐고 설명해달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뭐 그냥 좀 신경이 쓰여요. 라고 대답하며 머리를 긁을 수 밖에 없겠지만, 여튼 내게는 그렇다.

야근으로 인해 잠식당한 일상. 그리고 손톱 정리조차 잊을만큼의 여유. 그로 인해 빚어지는 무신경함. 결국 길어진 손톱과 노트북의 키보드의 조합을 통해서 튀어나오는 짜증.


이런 프로세스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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