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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인공 생명의 진화 환경으로서의 증권 시장에 대한 단상.

영국의 수학자인 존 H. 콘웨이는 1970년 생명 게임(http://en.wikipedia.org/wiki/Conway's_Game_of_Life)을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에 발표했다. 콘웨이는 그때까지 연구되고 있던 ‘범용 계산 능력을 갖는 세포 자동자(celluar automaton)’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점(폰 노이만이 디자인했던, 범용 계산 능력을 가진 세포 자동자는 29가지의 상태state를 가지고 있었다)에 착안하였다. 단순히 ‘삶과 죽음’의 두 가지 상태(1 or 0!)을 가지며 이 두 가지의 상태를 결정하는 간단한 법칙을 가지고, 2차원 평면상에 존재하는 단순한 세포 자동자를 정의한 것이다. 이 세포 자동자는 단숨에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지극히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를 토대로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이후 이러한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를 토대로 복잡한 패턴을 생성하는’ 창발성(emergence)이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러한 깨달음으로부터 인공 생명이라는 연구 분야가 새로 생겨나게 되었다.

 

인공 생명 연구에서는 인공 생명의 시뮬레이션에 대한 부분 또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인공 개미 연구라든가(인공의 개미가 자랄 수 있는 부화장은 컴퓨터 내부에서 실행되는 식이다) 세포 – 바이러스의 군비 경쟁적 진화에 관한 연구 같은 것이다.

케냘은 그러한 인공 생명 시뮬레이션에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다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결국 이 인공 생명은 컴퓨터의 메모리에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컴퓨터의 cpu에서 자신이 존재할 시간을 받는 것 아닌가. 컴퓨터의 전원이 내려가는 순간 이 인공 생명은 사라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피드백할 수단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인공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감지 가능한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제1과제 아닐까? 컴퓨터 속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 코드에 불과한 인공 생명에게, 살아남기 위한 자원이란 결국 프로그램 코드가 실행될 수 있는 프로세서, 그리고 전력 정도일 것이다. 그러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답은 단순하다. 돈.

물론 돈 이외에 인공 생명이 스스로를 관리하기 위한 의사소통 능력도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 Dell에 연락해서 고장에 대비한 교체 하드웨어를 구입한다던가, 전력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던가, 대금 결제를 위한 은행 계좌를 유지한다던가, 그러한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적어도 그러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 줄 대리인을 고용할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 생명을 특정한 환경에 던져 넣고 돈을 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할 수 있는 인공 생명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그러한 환경이 존재하기는 한다.

 

바로 증권 시장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 2010년 현재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건수(거래량이 아니라)는 개인투자자만 200~300만 건에 달한다. 이러한 증권 거래 데이터 자체를 인공 생명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정한다면,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인공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공 생명이 주식 시장의 데이터에 ‘적응’할 수 있다면, 그러한 적응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적응적 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 스티븐 레비, 인공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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