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g

곧, 떠납니다


#.

이 블로그에 방문하는 분들은 대부분 외부 검색엔진을 타고 검색어로 찾아오시는 분들이고, 그렇다보니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뭐 그렇긴 하지만 이 블로그는 개인적인 일을 기록하는 곳이기도 하고, 제 근황이 어떤지 모니터링하느라 찾아오시는 분들도 약간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지 차원에서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저는 곧 한국을 떠납니다. 그리고 2012년 5월부터 미국에서 지내게 됩니다.



#.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개발과 거리가 좀 있는 BI 업계에 몸을 담았다가, 그리고는 독립 개발자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해보다가, 결국은 외국에 진출하고.


고민 많은 개발자의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휩쓸려다니는 개발자의 모습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때그때의 일에는 최대한 성실히 임하며 집중해서 일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쌓인 커리어를 돌아보면 이게 대체 뭔가 싶네요.



#.

어렸을 때부터 외국 자체를 동경한 적은 있어도, 외국에서의 생활을 동경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스스로도 현재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딱히 외국이라고 해서 설레이거나 한다기보다는 그냥 막연하고 불안한 감정만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 글은 원래 월요일쯤 작성하려던건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이제서야 시간을 내 작성하려고 보니 시기는 마침 총선이 끝난 때이고... 이건 뭐 '안돼 나는 여기서 나가야겠어' 선언도 아니고, 좀 이상하네요. 총선 결과에 실망해서 한국을 뜬다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실망했다고 해도 이렇게 금방 뜨긴 어렵죠;)



#.

미국에 가긴 하지만, 사실 그곳에서 성공한다던가 그런 것을 바라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배우고 싶어서라고 해 두면 될까요. 배운다는 것 자체가 중의적인 말이라 학위를 따러 간다는 건지 인생 경험을 얻겠다는건지 모호하네요. 


실은 둘 다입니다.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기는 한데, 당장 학비를 마련할 형편은 안 되고... 미국에서 학비를 마련하며 적응한 다음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공부하려는 방향이 Artificial Life에 관련된 것인데, 국내에서는 마땅히 제가 생각하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미국으로 가자는 생각을 한 거고요.


후자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해오던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체 한국은 뭐가 문제일까?'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놓쳤던 것들, 문제인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좀 부족한 발상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단순한 발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방인의 입장에서 다른 사회를 바라볼 기회를 가져보면 이런 질문에 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쩌면 어느 순간엔가는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이방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뭐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

뭔가 주절주절거리는 것 같네요. 어쨌든 곧 떠납니다.


저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께, 블로그를 통해서 감사하다는 글 한 줄을 적고 싶었습니다. 뭐 물론 그곳에서도 블로그 글은 계속 쓸거고 몸만 조금 이 곳에서 멀어지는 것이겠지만, 이렇게라도 한 줄을 남겨두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도착했습니다  (2) 2012.05.02
인류멸망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0) 2012.04.16
노키아 코리아, 너는 내게 엿을 줬어  (2) 2011.12.27
윈도우 폰 7 사용기  (0) 2011.12.26
하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0) 201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