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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떨기 초안을 써내기 위해 봄부터 번역자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흐읍-

 

 

으아아아아!!!!!!!!

 

 

라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입니다 네.

 

 

#.
드디어 번역이 일단락.

이제 막 초고를 넘기고 역자 서문도 못 쓴 상태지만, 어쨌든 이 구만리 타향까지 와서 번역으로 점철된 주말을 보내는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정말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다. 나의 진정한 타향생활은 오늘부터다!!!

...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서글프지만 넘어가자.

 

#.
사실 초고는 화요일 저녁에 마무리했다. 메일을 보내고 블로그에 관련 글이라도 하나 쓸까, 하고 생각을 했다가 아 다음날 회사에서 리뷰할 거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최근 3개월 가까이를 거의 휴일 없이 번역만 하느라 심신이 골고루 피폐해진지라, 완전 맥이 탁 풀려버렸다. 사실 지금도 회복은 전혀 안 되었는데 이러다가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아서 억지로 쓰는 글이다 -_-;;

 

지난 3개월동안 매일매일 하루 종일 번역만 한 건 아니었지만, 하루라도 번역을 안 한 날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비행기에서도 번역을 하고 있었음.

밧데리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요즘 비행기는 LCD 모니터 없애고 110v 콘센트를 박아놨더라.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장시간 비행의 불쾌감과 번역의 고통을 오롯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
이번 번역에는 뭐 이런저런 사연도 많고, 출판사 관계자 분께 좀 찔리는 일도 있고, 뭐 그래서… 혹시라도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 소식이 전해지면 오해를 살 일도 있을 것 같아서, 이 글에는 자진납세의 의미도 담겨있다(…)

어쨌거나 번역한 책을 소개해 보자면-

 

#.
일단 .NET 개발자에게는 이 책이 번역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Pro C# 2010 and the .NET 4 Platform
http://www.amazon.com/gp/product/1430225491/

 

국내에는 'C#과 닷넷 플랫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책의 5판이다. .NET 관련 바이블 서적에서는 이만한 책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다음 판 번역서 언제 나오냐'라는 얘기가 간간히 들려오던 책인데…

 

어, 그러니까, 이 책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 …

 

긴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2008년에 계약한 책을 2009년에 번역했다가 2010년에 원고가 공중에 뜨고(…) 2012년에 와서야 개정판으로 원고가 교체된, 뭐 그런 사정이 있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슬퍼지니까 넘어가자. 

VS 2012 베타가 나올 타이밍에 .NET 4.0 책을 낸다는 게 좀 부담스럽긴 했다. (아마 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개정판이 나올 듯 하다) 하지만 .NET 4.0 버전 시점에서의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시각이랄까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이 저자의 책은 예전 판에서도 건져볼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예를 들면 4판의 내용 중에서 5판으로 넘어오며 빠진 내용 중에 COM 상호운용성에 대한 챕터가 하나 있는데(부록으로 들어 있다), .NET에서 COM 객체 갖다 쓰느라 골머리 앓아 본 적 있는 사람에게는 꽤 도움될 내용이다. 책 내용이 5판으로 변경되면서 결국 이 부록은 빠졌는데, 그냥 넣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아쉽긴 하다.

 

뭐 어쨌거나, 질릴 만한 볼륨에(원서에서 인덱스 등을 제하고 1600페이지 가량 된다), 충실한 내용에, 천천히 두고두고 참고해 볼 만한 좋은 책이다. .NET 4.0을 기준으로 .NET 관련 지식을 한 번 리프레시해 볼 요량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책 나오지도 않았는데 책 광고하고 있어;)

 

 

#.
그리고, 한 권이 더 있다 (…)

 

C# in Depth, Second Edition
http://www.amazon.com/gp/product/1935182471

 

요즘 국내 번역 서적이 초중급 서적 외에는 번역이 잘 안 되고 있는데다, 가뜩이나 자바 서적 시장보다도 좁은 .NET 시장에서 이런 책을 낼 결심을 한 출판사에 우선 이 자리를 빌어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오오오…

(출판은 아직 안 됐지만) 어디 가서 C#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일단 서점에서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얘기해보자. 1판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전반부의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데 김이 샐 수도 있겠지만, C# 4.0에서 추가된 새로운 기능들의 배경과 내부 동작, 그리고 과거 기술과의 접목(dynamic 타입을 COM interop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찾아보시라!) 등 읽을 거리가 많다.

 

이렇게 놓고 보니 어째 초중급 -> 고급으로 이어지는 책을 번역한 느낌이 든다. 결론은 둘 다 사세요. 두 권 사세요. (...)

 

 

#.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자면, Pro C# 2010 and the .NET 4 Platform 5판의 번역이 연기가 될 줄 알고 실의에 빠져 이런저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C# in Depth 번역 의뢰를 받았다. 책은 정말 좋은데 번역자를 못 찾아서 원고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사실 좋은 책 번역하는 낙으로 이런 일 하는 사람 아니면 진짜 책 내용이 번역하기 싫게 생기긴 했다. 케냘도 엄청 고생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계약을 해버리고 말았다.

 

… 근데 이 책을 계약하자마자 Pro C# 2010 and the .NET 4 Platform 진행 싸인이 떨어졌다…

 

 

… 덕분에 3개월간 지옥을 보았다 …

 

 

#.
다른 스케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널럴한 프리랜서 신분이긴 했지만, 사실 이 때에는 비국 비자가 나온 상태였다. 현지 취업 관련해서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고 인터뷰 연습이라도 해야 할 시간에 번역이라니 아니 내가 번역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요를 하루에 수십 번은 되뇌어 보았지만(뻥) 이미 계약을 했으니 어쩌겠어요. 인간은 계약의 존재 아니겠어요.

 

여러분은 여기에서
인생 살면서 내친김에 계약서에 함부로 싸인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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