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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3, 독서생활

어제에 이어서 그동안 밀린 독서메모 목록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2

박노자씨의 노작 ... 이라고 말하면 뭔가 말이 입에 붙는다. 박노자의 노작... 아니 말장난은 관두고.

한국인의 한국인 비평. 뭐 이렇게 써놓고 보면 비슷한 책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문제는 박노자라는 사람이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인이라는 점. 우리네 입장에서는 서구인이지만, 러시아인이라는 '상대적으로 낮게 비춰지는' 환경에서 한국을 공부하고,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마침내 한국인으로 귀화한 상태에서 한국인을 비평하는 글을 쓴 한국인.

그래서인지 우리가 일상에서 그저 지나치는 일그러진 사회의 구조, 폭력 아닌 폭력, 전근대성에 대해 신선한 비판을 가한다.

만,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그의 글은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대해서,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혁명의 땅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처입으면서 그토록 이 땅이 바뀌기를 바랬어도, 여전히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보다는 TV에서 내보내는 경제 지수가 자신의 성적표인듯 여기며 살아가는데 익숙해졌을 뿐, 근본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박노자씨의 글이 좋다.
그가 꿈꾸고 이야기하는 사회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박노자라는 인간을 좋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가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단지 비평만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직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기를 원하는가?

책 제목이 심상치 않아 펼쳐든 책. 아르민 퐁스가 세계의 여러 사람들과 대담 형식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모은 것으로, 10개국의 인터뷰이가 참여했다. 근데 이 참여한 국가들이라는게 .. 불가리아, 독일, 영국, 이스라엘, 일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미국 .. 언뜻 봐서도 알겠지만, 거의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국가들이며, 일본을 제외하면 모두가 서구의 영향 아래에(물론 이스라엘도) 들아가는 국가들. 결국 상위권(뭔가 대체할 단어를 못 찾겠다) 국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의 형태만들 이야기하는 내용이기도 해서, 좀 맘에 안 들었던 것 같기도.

... 뭐 사실은 책 내용이 별로 기억나지도 않고 해서.

하지만 각 국가마다 정치의 현실이 어떠한지(불가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폴란드같은 나라의 정치 상황을 나같은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그곳의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던 것 같다.

 

B급좌파

문장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비슷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

'이 땅에서 좌파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 되지만, 좌파는 타인의 양심까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광기의 제왕학

중국 황제들의 심리를 역사적 사료를 가지고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 다만 케냘의 경우에는 그런 심리학적인 분석은 별로 재미가 없었더랬고.. 이런 내용을 통해서 황제라는 개인의 삶의 궤적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달까...

 

인류의 미래사

내가 아는 미래학자가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외에는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미래학자' 라는 단어를 보면 반사적으로 고도자본주의, 그리고 그러한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토대가 되는 이론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정치이건 기술이건 사회 체계이건 모든 것이 경제 논리에 예속되어 있고, 모든 기업이나 개인이 그런 체제 내에 편입되어 끌려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로만 느꼈다고 하면 대충 비슷할까?

그런 미래학자들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그저 SF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근현대로부터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사회 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개인의 삶은, 경제 생활은, 국제 관계는, 기술의 도약과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지를 그저 찬찬히 살펴보면서 미래학자 워런 와거가 상상한 세계를 느껴보면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 세계를 보고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이란 참 부럽다. 지금은 타계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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