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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겼다

Log 2012.06.30 20:56

 

집 근처에서 밤마다 fireworks 터뜨리는 악질 라티노들만 제외하면 지금 집에 그리 큰 불만은 없었으나, 밥을 직접 해 먹어야 하는 집이다보니 초기 주방기구 투자비용(?)과 요리에 소모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시리얼로 끼니를 때우는 신세에 이르렀다. 2주간 시리얼과 과일과 우유를 퍼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라는 결론에 닿았지만, 그때에는 번역 일을 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 새로운 집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결국 한 달쯤 되었을 때 번역이 끝나긴 했는데, 미리 하숙집을 알아보지 못한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시리얼을 한 달 동안 더 먹어야 했다 -_-;


이렇게 자취방 2개월의 생활이 끝나고, 밥이 나오는 하숙집을 몇 군데 알아본 다음, 츤데레 사모님과 더러운 멍뭉이가 있는 허름한 곳으로 결정했다.




방금 뭐라 하셨소...?


- 하숙집 멍뭉이 순이 - 




짐은 수트케이스 한 개, 가방 두 개, 버킷 한 개, 자전거 하나. 차 한대로도 대충 처리가 되겠거니 하는 마음에 택시를 불렀다. 막상 실어보니 버겁긴 해서; 택시에 $5 팁을 더 줬다. 하숙집에 도착하고 방에 막상 들어가니...


멀쩡한 집에서 살다가 순식간에 고시원으로 쫓겨간 듯한 기분. 


캘리포니아가 햇살이 가장 따가울 시각 오후 네 시에 짐을 옮기고 헉헉대며 좁은 방에 들어왔는데 방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고 옷장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불쾌한 냄새가 나고 전에 있던 집에서는 구경조차 못 했던 파리가 날아댕기고...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은데 햇볓 아래에서 가방 질질 끌고 다니며 왔다갔다하다보니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주인 아저씨에게 렌트비를 지불하고 방열쇠를 받은 다음, 가장 먼저 옷장에 향수를 뿌렸다. (여담이지만, 불가리 블루는 이런 방향제 용도로 정말 쓸만한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있던 drawer 하나는 방이 좁아서(그리고 난 짐도 별로 없으니) 밖으로 내보내고, 책상을 배치하여 작업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짐을 간단히 풀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을 들어갔다. 천장에 거뭇한 것이 눈에 띄었다. 검은 곰팡이었다. 으음... 어쨌든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방문이 빡빡해서 안 열린다. 손잡이를 한껏 비틀어 당기니 와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이러다가 손잡이 박살날 것 같은데 이거 괜찮은건가.


슬슬 짜증은 나고... 나 옮기길 잘 한걸까 여기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점점 초조해졌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여섯 시를 넘기고, 아 밥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식당에 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나물과 갈비시래기국, 꽁치찜을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 응 잘 옮겼어.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집 깨끗하고 파리 안 날아다니면 뭐할거야.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응 안 그래 응?



이렇게 나는 평상심을 되찾았다;



이전에 있던 곳보다 방 사이즈가 팍 줄긴 했다. 아마 전에 있던 방이 지금 방의 세 배(거기서는 빈 공간에서 운동도 할 수 있었다)는 되는 것 같은데, 사실 옮겨온 곳이 ktown 안에 있는 탓도 있다. ktown 안에 있다보니 방은 좁고 방 값은 비싸고 사람은 많고... 외곽에 있는 자취방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려고 들질 않기 때문에 하숙집처럼 운영하기가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숙집을 운영하려면 밥을 해야 하고 그러자니 사람을 써야 하는데, 여기는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세다보니 하숙비를 낮추는 것도 어려울게고... 뭐 이래저래 문제가 많겠지.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니 옆 방에서 익숙한 리듬의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옆집이 또 라티노들이라 주말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파티. 좌우지간 이놈의 라티노들 어떻게 좀 하지 않으면... 시끄러워 살 수가 없구나 o<-< 


최소한 fireworks는 없긴 하다만, 저렇게 놀려면 좀 집 안에서 놀아주면 안 되는걸까. 이놈의 미국에서는 종족 특성이 왜 저마다 이렇게들 다른지 여러모로 신기하기만 하다.




여튼 집을 옮기고 적응 과정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적응되고 나서 우리 모두 다시 만나요 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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