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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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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길고도 지리했던 번역 일이 끝나고, 미국 넘어와서 어디 구경은 커녕 매일매일 번역에 시달리기만 했으니 오늘은 가까운 해변이라도 산책삼아 다녀오기로 했다.

아, '산책삼아'라고 적긴 했지만 절대 산책삼아 왔다 갔다 할 거리는 아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면 Long Beach나 Redondo Beach 정도인데 거리가 25마일… 뭐 대충 40킬로미터 정도를 울면서 달려가면 된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에서 월미도 가는 거리하고 비슷할려나 어쩔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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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Aquarium of the Pacific에 가볼까 했었는데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니 주중에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는 문구가 있길래, 사람들 틈바구니에 시달리지 않고 그냥 멍청하게 돌아다니고 싶은 날이었기에 하릴없이 해변이나 돌다가 와야겠다 하고 출발했다. 물론 사전 지식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자전거 끌고 나와서 메트로 타고 Long Beach역까지 내달렸다.

막상 역에서 내려보니,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겠는 상태. 어쨌든 남쪽에 해변이 있을 테니 남쪽으로 가보니, 오오.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기는 하는데… 공원이다. 아무리 봐도 해수욕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백사장도 안 보이고, 그냥 사람들 돌아다니는 산책로 겸 공원 겸 낚시터(의외로 낚시하는 사람이 꽤 있고, 의외로 물고기 많이 잡힌다!)만 계속 보이더라. 에이 모르겠다하고 산책로를 따라 계속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 Marina(항구라고 하긴 그렇고, 요트들 정박해놓는 부둣가? 뭐 그런거)가 나타났다. 영화에서나 보던 요트 즐비한 광경을 직접 보니 기분이 되게 묘한 것이… 근데 많긴 많더라만은. 저렇게 묶어두기만 하는게 아니라 아예 저기 배 안에서 바비큐 굽고 놀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 뭐 그냥 멍청하게 뇌를 비우고 계속 내달리다보니,

이번에는 진짜 백사장. 하지만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백사장은 역시 더럽게 넓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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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위도상 한국과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위도로만 따지자면 여기가 한반도 최남단쯤 되지 않을까 싶다) 날씨는 사뭇 달라서, 6월임에도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다. 기온은 요즘 20도~25도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정도고, 건조하고 맑은 날씨인데다 하루 종일 미풍이 분다. 롱비치에 가면서는 아무래도 해변이니 약간 습한 바닷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동네가 동네다보니 그런거 없고 건조한 바닷바람이 몰아친다. 분명 바닷가인데 바람마저 상쾌한 느낌.

캘리포니아의 날씨는(정확히 말하면 여긴 캘리포니아 남부에 속하지만, 대부분 이렇다고 한다) 정말 좋다. 처음 LA에 도착하던 날에는 왠지 좀 흐리고 비도 내리고 해서, 아, LA라고 해서 항상 날씨가 좋기만 한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로 맑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오늘이 6월 9일이니 대충 40일 가까이 계속 날씨가 맑은 셈인데… 게다가 위에 적은 대로 항상 미풍이 분다. 자전거를 빡세게 타고 땀을 한참 흘려도 어디 그늘에서 한 5분만 널브러져 있으면 땀도 다 마르고 끈적이지도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많은 나라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이런 초여름 날씨는 정말 난생 처음 본다. 좀 더 살아봐야 알 것 같긴 하지만 한여름이 되어도 햇빛만 좀 더 강해지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이 동네의 날씨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다. 아는 사람 말로는 San Diego에 있어보면 생각이 또 달라질거라고 하는데, 뭐 어쨌든 지금으로써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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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없고 매일매일 시리얼이나 퍼먹으며 살아가는 우울한 하루하루지만 뭐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짠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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