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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빈 민스키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저서인 The Society of Mind에 대해서도 (비록 읽어보진 못했더라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케냘 개인적으로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처럼 보이는 무시무시한 수식과 알고리즘이 가득한 인공지능 관련 이론서(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인공지능’을 타이틀에 달고 있는 책 아무거나 하나만 집어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다)’와는 달리, 인간의 정신에 관련된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구현할 수는 없다’라는 자세로 문제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이 설득력있었기에 좋아하는 책.

지금 시점에서는 … 마빈 민스키는 The Society of Mind 외에 그럴싸한 저작물이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비난(근데 이거 비난 맞나)을 듣기도 하고, 인공지능 분야에도 그 동안 여러 이론이 쌓이고 쌓여 이제 이 책 자체의 의미는 많이 퇴색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케냘은 이 책의 구성 또한 무척 좋아하는데 인공지능 이론서라기 보다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고, 한 장을 읽고 나서 한참 고민해 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실제 책을 보면 알겠지만 하루에 한 장씩 읽어 나가기에도 좋게 구성되어 있다(…)

분명히 번역서가 나올 때가 지난 책인데 왜 번역서가 안 나오나 지난 몇 년간을 궁금해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 갑자기 일부라도 번역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 프롤로그 부분을 후루룩 번역해 보았다. 책 전체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릴 일은 아마 없겠지만(저작권 문제로 잡혀갈듯), 앞으로도 좋아하는 장을 한두 장씩 옮겨볼까도 생각 중.

 

물론 번역의 질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습니다. 번역이 맘에 안 들면 원서 사다가 읽으세요.

 

 

 


 

 

 

 

The Society of Mind



1장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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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간단한 것으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가능한 한 가장 단순해야 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 책은 정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어떻게 지성이 없는 것에서 지성이 창발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 자체는 정신을 갖고 있지 않은 조그만 요소들로부터 정신이 만들어 질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각각의 정신이 그 보다 작은 여러 처리 과정으로부터 비롯되는 이러한 구조를 나는 "정신의 사회"라고 부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처리 과정들 하나 하나를 우리는 일꾼(agent)이라고 부를 것이다. 각 정신적 일꾼을 그 자체로는 정신이나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간단한 일밖에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일꾼이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연합을 이룸으로써 진정한 지성이 출현한다.

이 책에는 그리 기술적인 내용은 없다. 이 책 또한 여러 작은 아이디어의 모음(역주: society of many small ideas - 책 제목인 society of mind에 맞춘 표현이다)이다. 각각의 아이디어는 상식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모으면 정신의 비밀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서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관한 나의 설명은 시종일관 별로 깔끔하거나 직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에 포함된 아이디어가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있기 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독자들이 모든 내용을 끝까지 독파할 수 있도록 - 마치 정신적 단계에 따라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듯이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잘 정리된 이론의 토대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모든 잘못은 아마 내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신의 성질이 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여긴다. 정신의 힘은 대부분 정신의 일꾼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방식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복잡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트릭에 이 문제를 돌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사물을 묘사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상세한 것은 생략하고 먼저 대략적인 형태를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대략적인 형태가 나중에는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드러나더라도 상관 없다. 그런 다음에 뼈대에 좀 더 살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그려나간다. 마지막에 모든 내용이 채워지고 나면,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 초기 아이디어는 버리면 그만이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가 실제 삶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를 풀 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신은 마치 거대한 기계장치의 부품을 흩어놓은 것과 흡사해서, 일부만 관찰해서는 전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1.1 정신의 일꾼

 

정신에 관한 훌륭한 이론이라면 최소한 세 가지 시간의 척도를 반영해야 한다. 느린 시간의 척도로는 우리의 뇌가 진화해 온 수십 억년의 시간, 그리고 빠른 시간의 척도로는 유아와 유년기 동안의 몇 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간쯤의 척도로써, 역사적으로 우리의 생각들이 발전해 온 지난 몇 세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작고 단순한 부분들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정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정신이 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그 자체로는 생각이나 느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정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우리의 논의가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러한 단순한 요소들이 우리의 정신을 구성하는 '일꾼들(agent)'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던져봐야 할 질문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기능: 일꾼은 어떻게 동작하는가?

구성: 일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상호작용: 일꾼들은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가?

기원: 최초의 일꾼은 어디에서 왔는가?

유전: 우리는 모두 동일한 일꾼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학습: 어떻게 새로운 일꾼이 생겨나서 오래된 일꾼을 대체하는가?

성격: 가장 중요한 일꾼의 종류는 무엇인가?

권한: 일꾼이 거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의도: 이러한 연결망이 어떻게 무엇인가를 원하거나 바랄 수 있는가?

특질: 어떻게 개별 일꾼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일꾼들의 모임은 할 수 있는가?

자아: 무엇이 일꾼들에게 일체감 혹은 개성을 부여하는가?

의미: 일꾼들은 어떻게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가?

감각: 일꾼들은 어떻게 느낌이나 감정을 갖는가?

의식: 일꾼들은 어떻게 의식을 갖거나 자기를 인식하는가?

각각의 질문 그 자체도 답하기 어려운데, 정신의 이론이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이들 질문은 각각 다른 질문과의 연결을 배제한다면 실로 모두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일단 정신을 일꾼들의 사회로 바라보고 나면, 각각의 답으로부터 다른 질문의 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2 정신과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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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Imlac이 말했듯) 물질에서 생각이 유래했다거나, 모든 입자 하나하나가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것은 도저히 있을 법 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물질의 어떤 부분에는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느 부분이 그 생각이란 것을 한단 말인가? 물질과 다른 물질의 차이점은 그저 형태, 질감, 밀도, 움직임, 움직임의 방향이 서로 다를 뿐이다. 이들 중 어떤 특징이 물질마다 서로 다르기에 의식이 거기 깃들 수 있는 것일까? 둥글고 네모짐, 딱딱하고 무르거나, 크고 작거나, 느리게 움직이거나 재빨리 움직이거나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이것들은 물질이 존재하는 상태에 불과하며, 생각의 특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만약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있다면, 이 물질은 어떤 조작에 의해서만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일으킬 법한 모든 조작은 생각하는 힘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

- 새뮤얼 잭슨

 

어떻게 고체에 불과한 뇌가 사고(思考)와 같은 정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과거 수많은 철학자를 괴롭혀 왔다. 사고의 세계와 사물의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기에는 서로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사고라는 것이 모든 사물과 전적으로 다른 그 무엇인 한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다.

몇 세기 전에는 생명을 설명한다는 사실이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살아 있는 존재는 그 자체로 생명이 없는 존재와 다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식물은 무에서부터 자라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동물은 움직이고 배운다. 식물과 동물은 스스로를 재생산하며, 생명을 제외한 어떤 것도 이러한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의 틈은 빠르게 메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체는 그 보다 작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으며, 세포 또한 복잡하긴 하지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임이 드러났다. 얼마 후 식물이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공기로부터 물질을 추출한다는 사실 또한 알아냈다. 심장의 신비한 고동은 근육 세포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기계적 펌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 또한 발견되었다. 하지만 현세기까지 존 폰 노이만이 이론적으로 세포 기계가 어떻게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이고, 이와는 별개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각 세포가 자신의 유전 코드를 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 생명을 설명한다는 사실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일정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생명체를 움직이는 특별한 생명의 약동 따위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1세기 이전의 우리에게는 인간의 사고가 일어나는 방식을 설명할 수단이 없었다. 그리고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장 삐아제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이 유아의 발달에 대한 이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얼마 후, 기계론적인 측면에서는 커트 괴델, 앨런 튜링이 그 때까지 미지의 영역이었던 행동하는 기계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 가지 사고의 흐름은 1940년대에야 비로소 서로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시기에 워런 맥칼럭(Warren McCulloch)과 월터 피츠(Walter Pitts)는 기계가 어떻게 보고, 추론하고, 기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현대 과학에서 인공 지능에 대한 연구는 불과 195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이는 컴퓨터의 발명이 자극제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이전에는 사람의 정신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어떻게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대개 기계가 의식을 갖거나, 야심, 질투, 유머와 같은 감정을 갖거나, 정신적인 삶의 경험을 누리게 되지는 못할 것이라 믿고 있다. 물론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은 단지, 생각이 동작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좀 더 좋은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이론이 요구하는 "요소들"에 대해, 이 책은 어떻게 "정신의 일꾼"이라고 불리는 작은 기계들이 그런 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1.3 정신의 사회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 그 자체는 무엇인가? 당신의 정신 안에 있는 어떤 요소들이 서로 협동하여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것일까? 정신이 사회와 어떻게 닮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행동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찻잔을 들어라!

붙잡기 일꾼이 컵을 붙잡으려 한다.

균협잡기 일꾼이 차가 흘러넘치지 않도록 유지하려 한다.

목마름 일꾼이 차를 마시도록 유도한다.

움직임 일꾼이 컵을 당신의 입술로 가져가려 한다.

하지만 이런 일꾼들 중 어느 것도 당신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며, 당신은 찻잔을 든 채 친구와 이야기하며 방에서 서성거릴 수 있다. 아마 당신은 균형을 잡는 데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균형을 잡는 일은 컵을 붙잡는 일과는 별개의 일이다. 컵을 붙잡는 일 또한 목마름과는 상관이 없다. 그리고 목마름은 당신의 사회적 문제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어째서? 이들 모두는 서로에게 의존적일 수도 있다. 각각의 일꾼이 각자의 작은 일을 처리한다고 하면, 실제로 중대한 일은 이들 모두의 협동으로 이루어진다: 차를 마시자.

손에 있는 찻잔을 붙잡고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처리 과정이 필요할까? 단지 팔목과 손바닥과 손의 자세를 잡는 데만 최소한 수백 개 이상의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수천 개의 근육 시스템이 당신의 몸을 움직이는데 쓰이는 모든 뼈와 연결 부위의 움직임을 관리한다. 그리고 이 처리 과정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각의 처리 과정들은 서로 소통을 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비틀거리며 넘어지기 시작한다면? 그러면 다른 처리 과정들이 재빨리 끼어들어 자세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처리 과정들 중 일부는 어떻게 당신이 몸을 숙이고 어디에 발을 뻗을 지에 대해 관여할 것이다. 또 다른 처리 과정들은 차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결정할 것이다. 당신 손을 데이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차를 끼얹을 수도 없다. 이런 경우 빠른 결정을 내릴 방법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일들이 당신이 대화하는 동안 일어난다면, 그리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은 당신이 나누던 대화하고는 관련이 없다. 어떤 일꾼이 당신에게 단어를 골라주고 당신의 의도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는 걸까? 이러한 단어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어구와 문장 형태로 배열되는 것일까? 정신 속에 있는 어떤 일꾼이 당신이 하는 말의 순서와 그 말을 누구에게 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일까? 당신의 대화 상대가 새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당신이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게 된다면, 얼마나 바보같은 기분이 들까?

우리는 항상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한다.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걸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모든 행동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들 처리 과정은 사람이 통상적으로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더욱 기계적으로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다음 몇 단락에서는 한 가지 평범한 행위에 대해 다뤄 본다. 바로, 어린이가 빌딩 블록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이다. 먼저 우리는 이 처리 과정을 보다 작은 부분들로 나눈 다음, 이 부분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갈릴레오와 뉴턴이 간단한 진자와 무게, 거울과 프리즘을 연구하여 많은 지식을 배웠던 방식을 흉내내려고 시도해 볼 것이다. 블록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사물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과 비슷한 일로써, 거대하고 예기치 못했던 우주가 이곳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오늘날 수많은 생물학자가 거대한 사자와 호랑이 대신 조그만 세균과 바이러스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나와 학생들에게어, 어린이의 블록들로 이루어진 세계는 지능을 연구하기 위한 프리즘과 진자 역할이 되어주고 있다.

과학에서 최대의 배움을 얻으려면 최소의 것을 연구해야 한다.

 

 

1.4 블록의 세계

어린이가 블록을 갖고 놀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 어린이의 정신이 보다 작은 정신들을 관장하는 기관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관을 정신의 일꾼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이제부터, 쌓기(Builder)라고 불리는 일꾼이 통제를 시작한다. 쌓기가 하는 일은 블록으로 탑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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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새로운 블록이 하나하나 쌓여 탑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탑을 쌓는 일은 단 한 개의 단순한 일꾼에게 있어서는 너무 복잡한 일이다. 그러므로 쌓기는 다른 일꾼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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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쌓을 곳을 선택하고, 탑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하고, 충분히 탑이 높아졌는지를 판단한다.

 

사실, 다른 블록을 찾아서 탑의 제일 위에 올려놓는 일 또한 한 개의 일꾼에게는 너무 큰 일이다. 그러므로 추가하기(Add) 또한 차례로 다른 일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계속해서 더 많은 일꾼을 그림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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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추가하기(ADD)는 새로운 블록을 찾아야(FIND) 한다. 그런 다음 손으로 그 블록을 집고(GET) 탑의 맨 위에 놓는다(PUT).

 

왜 이렇게 작업들을 잘개 쪼개야 하는가?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탑이 블록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은 여러 처리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블록으로 탑을 만드는 일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렸을 적의 당신은 분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년기의 당신이 처음으로 쌓을 수 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면, 아마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쌓는 법을 배우는데 몇 주를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장난감이 바보같아 보인다면,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스스로가 변화되었는지를 질문해 볼 차례다. 적어도 당신이 보다 재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블록으로 탑을 쌓거나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고 멋진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어쨌든, 성인 모두가 블록으로 탑을 쌓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우리가 어떻게 탑을 쌓는 방법을 배웠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이야말로 우리를 신경쓰이게 하는 것이다. 블록을 쌓아 블록 더미와 블록 줄을 만드는 기술은 우리 각자가 워낙 오래 전에 배운 것이라,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배웠는지 전혀 기억해낼 수 없다. 이 기술은 우리 모두에게 단지 상식처럼 느껴진다. 이런 사실은 정신분석학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유아기 기억의 상실은 우리의 놀라운 능력이 모두 정신 속에 항상 존재했었다고 가정하게 만들며, 그리하여 우리는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달되었는지에 대해서 우리 자신에게 계속 질문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1.5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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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서는,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

-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

 

탑 쌓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눌 방법을 찾았지만, 쌓기를 완성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간단한 블록 더미를 쌓으려면, 어린이의 일꾼은 다음과 같은 일을 완수해야 한다.

보기(See)는 블록을 인식(색깔, 크기, 위치)해야 한다. 또한 블록이 놓여 있는 서로 다른 배경, 그림자, 빛, 심지어는 다른 사물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진 부분을 식별해야 한다.

이렇게 블록을 인식하고 난 다음에는, 움직이기(Move)가 공간 속의 복잡한 경로를 통해 팔과 손을 뻗도록 하면서, 탑의 윗 부분에 부딪히거나 어린이의 얼굴을 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멍청해 보이겠지만, 만약 찾기(Find)가 탑의 맨 위에 놓인 블록을 보았다면, 잡기(Grasp)가 그 블록을 붙잡을 것이다.

이러한 처리 과정을 면밀히 살피다 보면 복잡하고 당혹스러운 문제로 머리가 가득 차게 된다. 예를 들어,찾기는 어떤 블록이 탑 쌓기에 사용할 수 있는 블록인지를 어떻게 결정할까? 찾기 일꾼은 스스로 무엇을 하려는지와 연관된 광경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는, 특정한 무엇의 의미를 알아내어 이해하는 방법과 기계가 목적을 갖는 방법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쌓기가 결정을 내려야 할 모든 판단들을 고려해 보자. 쌓기는 자신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블록들이 있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며, 이들 블록을 다른 블록 위에 쌓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단단하고 넓적한지도 결정해야 한다.

만약 탑이 쓰러지기 시작한다면? 쌓기는 쓰러진 원인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중간의 연결 부위가 충분히 네모낳지 않았던가? 토대가 안정적이지 않았거나, 혹은 탑이 너비에 비해 너무 높았나? 아마도 마지막 블록을 너무 허술히 놓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모든 어린이는 이러한 사실을 배우지만, 성년이 된 이후에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다. 성인이 된 우리들은 이 모든 사실은 단순히 "상식"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 기만적인 단어는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여러 기술들을 그저 감춰버린다.

상식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식은 힘들게 습득한 실용적인 아이디어의 커다란 모음이며, 삶에서 배운 규칙과 예외, 기질, 경향, 균형, 자제, 이 모든 것으로부터 얻어진 것들이다.

상식이란 것이 그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라면, 어째서 이렇게도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러한 단순성의 환상은 우리가 유아기에 일어났던 일과 처음으로 이러한 능력을 완성한 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일련의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게 되면, 우리는 이러한 기술 위에 새로운 기술의 층을 덧입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예전에 완성된 계층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우리가 한참 후에 이러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잘 모르겠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1.6 일꾼과 대리자

우리는 지능을 단순한 것들의 조합으로서 설명하려고 한다. 이는 우리가 다루는 일꾼이 일꾼 그 자체로서는 지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매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우리의 이론이 결국은 에드거 앨런 포가 19세기에 발표했던 "체스게임 기계"의 내용처럼 실제로는 난장이 인간이 들어가 있는 기계와 닮은 것으로 판명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떤 일꾼이 복잡한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그 일꾼은 보다 단순한 일을 하는 일꾼들의 사회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상실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일꾼을 보다 조그만 조각들로 분해해 가다 보면, 이 조그만 조각들 각각에서는 어떤 근원적인 것을 상실하면서 처음에는 먼지처럼 메마른 존재로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까지 찾기, 집기 같은 작은 요소들로 쌓기를 만듦으로써 탑을 쌓는 기술을 구성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자, "쌓는 법을 아는 일꾼"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 어느 시점에든(명확하게) 다른 어떤 요소에도 이 일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확실한가?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은 쌓기 그 자체인가? 답은, 각각의 구별된 일꾼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또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일꾼의 무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설명해준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의 각 단계는 일꾼에 대해 고려할 때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쌓기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모르는 채로, 쌓기의 외부에서 쌓기의 동작을 관찰한다면, 이 쌓기 일꾼이 탑을 쌓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쌓기를 관찰할 수 있다면, 분명 이 내부에는 탑을 쌓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쌓기의 내부에는 단지 몇 개의 스위치가 있을 뿐이고, 이러한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법에 따라 동작할 뿐일지도 모른다. 쌓기는 탑을 쌓는 법을 "정말 알고" 있을까? 그 답은 당신이 일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자, 이제부터는 "일꾼(agent)"과 "대리자(agency)"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쌓기가 마치 이중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대리자라는 입장에서, 쌓기는 자기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꾼의 입장에서, 쌓기는 아무 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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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눈에 보이는 일꾼으로서의 쌓기는, 그저 다른 일꾼을 켜고 끄는 단순한 처리 과정에 불과하다.

외부에서 관찰되는 대리자로서의 쌓기는, 다른 일꾼의 도움을 받아 하위의 일꾼들이 하는 모든 일을 처리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핸들 조작을 차의 방향을 바꾸는데 사용되는 대리자로 생각해 보자. 당신은 이 대리자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핸들 조작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려고 할 것이다. 이럴 경우 핸들 조작을 단지 더 큰 대리자에 속한 하나의 일꾼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핸들 조작 일꾼이 샤프트를 조작하면 기어가 움직이면서 내부의 금속 막대를 움직여 바퀴의 각도를 변경한다. 물론 일꾼을 항상 이렇게 미세한 시각으로만 관찰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운전하는 동안 이러한 모든 내용을 다 생각 속에 담아두어야 한다면, 어느 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하는지 판단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사고가 날 것이다. (무엇을 하는)방법을 아는 것은 (무엇이 일어나는)이유를 아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계속 일꾼과 대리자의 입장을 왔다갔다 할 것인데, 이는 우리가 목적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시점과 설명 방식을 사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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