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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조깅.

Log 2006.02.07 01:11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일곱시 삼십분. 이런.


어제 여권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 시청 민원실에 갔더니만, 요즘 여권 발급체계가 바뀐데다가 그놈의 체계라는게 매우(라는건 모호한 표현이지만) 복잡해져서 하루에 접수를 받는 여권의 개수를 제한하고 있단다. 그래서 아침 여덟시까지 와야한다는 대답을 듣고 투덜거리며 돌아왔었다.


어쩌겠는가. 난데없이 찾아드는 인생의 태클이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고.. 세수를 하고 바깥을 내다보았더니. 이런. 온통 하얗다. 어제 일기예보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다는 얘기가 있었던가. 이미 꽤 쌓여버렸다. 버스가 다니기나 할까. 어제 돌아오면서도 이왕 아침에 일어나는거면 시청까지 조깅을 하고 돌아올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차도 다니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잘된걸까.


추리닝을 걸치고 캔버스화를 신고 문을 나서니, 집 앞 오른쪽으로 나 있는 언덕에서는 승용차 하나가 눈에 미끄러져 올라가질 못하고 다른 차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차는 비스듬히 도로를 가로지른 채로 타이어는 눈을 긁어내며 헛돌 뿐이었다.


귀에 꽂은 음악은 스왈로우 2집. 시간은 일곱시 사십분. 뛰기 시작했다.


...


도로에도 녹다 만 눈이 쌓인채로 있었다. 차들은 기어가고, 버스 정류장에는 제때 도착하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투덜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얗게 된 풍경. 투덜거리는 사람들의 표정. 눈이 오는 날 사람들이 투덜거리는게 자연스러운 일인건지, 아니면 이것도 도시화된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랄지,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시간은 여덟시 오분을 넘겨 시청 민원실에 도착했다. 이미 민원실은 여권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일반인들과 여행사 직원이 섞여 난장판이었다. 대기표를 뽑는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 대기표를 뽑고 보니 여권 신청 접수는 받지 않고 있는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해서 옆에 서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여권 신청 접수는 어디서 하는거죠?'

'아. 대기표 좀 보여주시겠어요? (대기표를 슬쩍 본다) 370번이면 이따가 열시반에 오셔서 접수하시면 됩니다.'


뭐라는거냐. 여덟시에 왔더니만 열시 반에 다시 오라니? 말투도 그 시간쯤에 오면 (혹은 다른 시간대에 와도) 접수가 가능합니다. 가 아니라 그 시간에만 접수를 받습니다. 라는 말투였다.


어차피 한가한 날이었으니 열시 반에 다시 돌아와서 여권 신청 접수를 해도 별 상관은 없었지만, 조깅을 하며 뛰어오느라 열이 좀 오른 상태인데다가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날씨도 추워 짜증이 나는 상태였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 여기 오는 사람들이 다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지금 이러고 있는거냐며 따졌다.


그랬더니만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내가 따졌던 직원은 나중에 보니 아르바이트였다. 어차피 시키는 일만 하는 입장이었을텐데 좀 미안해지더라)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나 지금 출근시간도 미루고 온데다가, 어제 왔을 때는 아침에 와서 그냥 접수하면 된다고만 얘기를 들었다. 회사에 있는 사람 이것때문에 왔다갔다하란 말이냐. 라고 언성을 높였더니만.


작은 목소리로 '그럼 오후 다섯시 전까지는 오실 수 있으세요?'라고 대답하는 센스.


아니 어차피 접수만 받는거면 대기표 받고 아무 시간대나 오라고 하거나, 미리 가접수 받아놓고 나중에 서류 잘못되면 개별 연락을 하든가 하게 하면 될거 아닌가. 꼭 이렇게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 쪽으로 일을 해야 하나... 좌우지간 공무원 마인드란.


...


돌아오는 길. 시간은 여덟시 반. 보도에는 초딩들이 저마다 눈덩어리를 두 손으로 들고 삼삼오오 몰려다니고 있었다. 단체로 모여서 눈으로 미쉐린타이어 캐릭터 만들기라도 하는걸까?


그걸로 내 머리를 내려치진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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