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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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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꾼 우시지마'라는 만화를 보면 능력도 의욕도 없는 무직자 아들이 껴 있는 가족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작중에서 그 아들놈이 자신의 우울한 일상이랍시고 블로그에 끄적대고 있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작가가 참 대단한 양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마음이 참으로 갑갑하기 그지없었더랬다.

근데 돌이켜보니 내가 지금 딱 그 꼴이다. 지금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몰골을 뒤에서 카메라로 잡으면 아마 그 만화에서 그려낸 컷과 비슷한 샷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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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아이디어 에볼루션(원제 : Capital ideas evolving,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거 한국판 책 제목 대체 누가 정한거냐)을 읽고 있다. 요즘 계속 책 읽는 순서가 밀리다보니 조금씩조금씩 양 풀 조물조물 뜯어먹듯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는 와중이다. 이제야 겨우 Markowitz 교수의 이야기 차례. 이 책에 나오는 투자이론 자체는 어차피 이 책을 읽어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니, 조만간 수학 좀 다시 파면서 천천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역사 이야기 읽듯이 편하게 읽고 있었는데, Markowitz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주식 거래가 일어나는 가상의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주식거래를 하는 몇몇 부류의 agent를 넣고 주식거래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것.

또 이런 생각이 나를 붙잡는다 : 어차피 내가 생각할만한 것은 남들도 다 생각하고 있다.

책에는 가상의 시스템 내에 설정할 규칙이라든가, 개별 agent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통제라든가 ... 보다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어서 자세한 연구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아마 적용되어 있지 않을까. 궁금해지긴 하는데 일단 2월까지는 별로 시간이 없으니 좀 참자. 아니 지금 내가 책이나 파고 있을 때가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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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영상주간. 

덤 앤 더머, 예스맨,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을 연속으로 봤다. 생각만 한 가득 머리에 들어차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서 머리나 식히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영화들이 모두 의외였다. 짐 캐리 영화를 그리 많이 본 것은 아니라서, 그의 필모그라피 대부분은 마스크, 브루스 올마이티, 트루먼 쇼처럼 '적당한 껍데기를 씌워놓고 짐 캐리의 원맨쇼를 즐기는' 형태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뭐 이터널 선샤인도 보긴 했었는데, 이건 정말 예외적이라 봐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덤 앤 더머는, '원맨쇼를 막장까지'라는 모토로 영화 보는 사람을 웃다 숨지게 만드는 그런 류의 영화이겠거니 생각하고 봤는데 ... 생각보다 안 웃겼다. 이거 뭐 총알탄 사나이 그런 류의 영화 아니었나? 웃기기는 해도 약간은 우중충한 뭐 그런 이야기.

예스맨은 오히려 생각 외로 재밌었다. (영화 제목만 보고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내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직접적인 대상처럼 느껴져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다. 메시지 자체에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들지만, 사람 사는 모양새가 꼭 그렇게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거 아닌가. 인간이 죄다 비글이나 코카스파니엘처럼 활동적일 수도 없고 말이다. 긍정적인 사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은 ... 정말 괜찮았다. 캐릭터도 훌륭, 음악도 훌륭, 이야기도 훌륭. politically correctness를 적절히 소재로 차용하는 센스도 훌륭. 짐 캐리가 나오는 영화는 짐 캐리 혼자만 주연이고 나머지는 다 엑스트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도 않더라. 워낙 튀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놔서 그런가? (하지만 악당 역할들이 너무 무미건조하긴 하더라만...) 게다가 짐 캐리의 부축 & 차 안으로 집어던지기 판토마임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 와 진짜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냐. 재능이 무슨 두루마리 휴지처럼 온 몸에 감겨있어 그냥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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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도 너무 오래 쉬었다. 일단 하던거라도 계속해야겠다 -_-; 
책 하나 진도 다 나가기도 어렵구만 젠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