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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얻기...

만약에 내가, 프로그래밍에 관해 아주 약간의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결정했다고 치자. 그리고 가능하면 프로그래머로써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 보자.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해야할 일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희망사항을 이루기 위해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걸까?

사람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다르겠지만, 내 의견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

1. 내적인 실력을 쌓는다 : 끝없는 학습과 코딩.
2. 외적인 실력을 쌓는다 : 다양한 기회를 통해 자신을 알린다. 사람을 부려먹을(들키지 않을 정도로) 수 있는 인간관계 혹은 권력관계를 구축한다.
3. 막무가내 : 삼촌 회사에 들어가거나, 개발회사를 사버리거나 ... 어쨌든 하면 되잖아!

3번 케이스는 빽도 뭣도 없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가 되겠고... (그리고 뽀록나면 프로그래머고 뭐고 ... 아니 애초에 프로그래머로써는 성공할 수 없잖아;) 어쨌든 예전에는 그저 내가 좋아서 이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럭저럭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 최소한의, 정말 최소한의 - 대외 활동을 유지하면 어떻게든 극복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일반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1과 2의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케이스일 것이다. 스스로 실력도 있고, 타인과 자신의 지식을 나누면서 기여하고, 또한 그러한 교류를 자기발전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내 성향 자체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도 있고(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다), 여러모로 스스로를 평가해볼 때 나 스스로는 1번쪽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게 아닐까 싶다. 내 실력이 대단하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밸런스를 볼 때 말이다. (사실 2번 쪽의 활동은 내 의지라기보다는 주위의 잔소리 때문일 때가 많기도 하고 ... 하지만 그런 잔소리 자체는 참 감사한 일이다;)

... 하지만 어쩐지 요즘에는 주위를 둘러보면 시쳇말로 잘나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2번에 치중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앎이 부족해서 사람들에게서 그런 면을 볼 수 없었던건지, 아니면 정말로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게다가 문제는, 이제는 그런 사람을 금방금방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말 알고 있는건지 모르는건지 알쏭달쏭한 지식들로 무장한 블로그와 자료 더미 속에서, 그리고 진정 그 사람의 결과물인지도 불분명한 자료들. 그리고 그러한 것들로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하기에는 시간은 항상 부족하기만 한 것 같다.

가끔은 '프로그래머가 단순히 프로그래밍만 좋아하면 안되냐'라고 묻고 싶다.
스스로의 물음에 '그게 아니고...'라는 이유가 나날이 늘어가는 것이 조금 슬프다.



사실은 얼마 전 내게 3번 케이스에 해당하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렇다고 회사를 사버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까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기회를 사양했다.

얼마 더 지나면 스스로 이 포스트를 읽으면서 한숨을 쉬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 지금은 이 포스트를, 종이처럼 날아가기 쉬운 것을 눌러두는 돌처럼 마음에 잠시 올려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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