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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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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죽다 살아난 케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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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주를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구급차를 두 번 불렀으며, 내가 응급실과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는 동안 나와 함께 있던 공간에서 세 명이 죽어갔다. 평소에 딱히 스스로를 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번 기회에 까딱했으면 정말 어이없게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지를 뻔 했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평소에 건강한 편이었어도 몇 가지 조건이 겹치면 간단하게 사망에 이를 수 있구나, 아 신해철이 이렇게 죽었구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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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개인정보이니 여기에 적기엔 좀 그렇고 (사실 진단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다) 증상은 출혈 그 자체. 출혈이 너무 심해 중간중간 계속 수혈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는 급속 수혈을 해야 해서 목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기억하기로 총 전혈 일곱 팩, 혈장 한 팩, 혈청 알부민 한 병을 맞아야 했다. 그 와중에 맞은 항생제나 진통제, 쇼크 방지용 수액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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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감옥이었다. 병이라는 이름의, 각자의 고통은 원죄인가 싶었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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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집에 돌아간다. 이게 다 무슨 일이었던가 싶지만, 해야 할 일은 쌓여있으니 정신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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