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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서늘한 공기가 몸으로 느껴지는 시기가 오면 늘 그때가 떠오른다.
비행기의 날개가 천천히 흔들리며 구름의 층 사이를 가르던 순간과, 답답하기만 했던 기내의 공기. 새벽의 공항. 뭐 그런 것들.


2002년 9월. 나는 독일에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여름이 덜 끝났을 시기여서, 별다른 생각 없이 가을용 긴팔 옷 한 두벌만 챙겨왔었다. 서울-홍콩-태국을 거쳐서 닿았던 프랑크푸르트의 9월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에 가까웠다. 공항의 입국심사대를 벗어나자 갑자기 계절을 건너뛴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수화물 검색대에서 자전거를 찾아들고 공항을 빠져나와, 전철 노선을 돌고 돌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Frankfurt am Main Hauptbahnhof.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이 당시에는 공사중이었다

전철에서 본 독일의 하늘은 무척 맑았다. 독일에 대해서 들었던 이야기라고는 우중충한 날씨가 대부분이어서 의아해하긴 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때는 아니었다. 숙소도 찾아봐야 했고, 시차 적응이 덜 된 머리는 어지럽기만 했다. 값싼 숙소로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유스호스텔(독일에서는 유겐트헤어베르게Jugendherberge라고 한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건너편 거리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프랑크푸르트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 이상한 물건도 꽤 많이 나왔던걸로 기억한다


지나가다 우연히 눈에 띈 2인승 소형차



프랑크푸르트를 가로지르는 강의 다리 아래에서, 한가롭게 빵을 뿌리던 노인


뢰머 광장

이때는 거의 뇌가 시차적응의 피로에 절어 있어서,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지러움을 느껴 한 번 바닥에 뒹굴기도 했고, 생전 처음 외국어가 가득한(그마저 영어도 아닌) 거리에서 혼란에 빠지기도 했고,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빵을 꾸역꾸역 씹어 넘기면서 유스호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공동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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