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크리스토퍼 랭턴을 위시한 일군의 과학자들이 생명을 컴퓨터 칩 위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연구 및 그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훗날 ALIFE-1이라 불리게 된)을 개최한 이후 컴퓨터 용어 사전에는 “인공 생명Artificial Life”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인공 생명이라는 단어 자체는 언뜻 보기에 사람이 개입하는 모든 형태의 생체 구조 및 생명 현상을 포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공 생명 연구자들의 연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생명True Life”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인공 생명 연구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컴퓨터 시스템in silico 위에서 생명 활동의 일부를 흉내내는 것에 집중되었다. 물론 이런 연구들이 생명의 속성에 대한 지식을 환기시키고, 동식물 관련 연구(생체의 조직 방식, 동물의 행태학 등)와 관련하여 분석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 점 등은 높이 살 수 있겠으나, 어쟀든 인공 생명은 그 단어 자체의 의미와는 달리, “진짜 생명”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에 인공 생명Artificial Life과는 다른, “인공 생명man-made life*이면서 진짜 생명인 것”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북경과기대의 Tu Xuyan 교수가 이러한 논의를 위해 인공 생명에 대하여 쓴 논문을 요약한 내용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 사실 Artificial Life에 대한 번역어인 “인공 생명”이란 단어는 의미 전달 면에서 부족하다. 아마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가 앞서 번역된 관계로 그와 비슷하게 “인공人工”이라는 단어를 택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이 단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만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내 생각에는 “모조” 혹은 “가공”이 의미상으로는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인공 생명이 진짜 생명인가?”라는 논의를 위해, 우선 기본적인 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
1. 생명Life은 활성화된 물질(=생체), 그리고 그 물질의 활동을 의미한다. 생명은 생물에서 유래하며, 물질에 기반하고, 생명체의 계(system)에 내재되어 있다. 또한 생명은 정보에 의해 제어되며, 고도화된 생명은 지능과 풍부한 감정을 갖는다.
2. 천연 생명Natural Life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 상의 생물체를 의미하며, 인간과 동식물을 포함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짜 생명True Life”에 부합하는 것이다. 미세유기체(바이러스, 세균 등)은 생명과 비생명 사이에 있다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진짜 생명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3. 인공 생명Artificial Life은 인공 생명Man-made Life과 비천연 생명Non-natural Life를 의미한다. 크리스토퍼 랭턴이 제시한 인공 생명은 한정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이 인공 생명은 좁은 의미의 인공 생명으로, 말하자면 “공학적 인공 생명”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인공 생명이 진짜 생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일반화된 인공 생명Generalized Artificial Life은 생물학적 인공 생명, 공학적 인공 생명, 생물-공학적(Bio-Engineering) 인공 생명*을 포함한다. 여기서 생물학적 인공 생명과 생물-공학적 인공 생명은 “진짜 생명”이어야 한다.
* 생화학적 방법을 사용한 인공 생명, 공학적 방법(전자/기계/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 생명, 그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적용된(예를 들면 사이버네틱스 등) 인공 생명 등을 말함.
- 참고문헌 : Tu Tuyan, “Life, Artificial Life and Generalized Artificial Life” 2005 International Conference on Neural Networks and Brain, IEE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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