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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혹은 cannibalism.

2006/03/14 21:28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인류가 아직 도구와 사회 구조에 길들여지지 않았을 무렵에는 어떻게 생존해 왔을까. 어중간한 잡식동물 포유류로, 야생적인 수렵으로 먹을 것을 얻으면서 포식자의 공격에 약한 개체를 희생하는 형태로 생존했을까.
물론 당시의 인류가 오늘날의 인류만큼 허약하지는 않았겠지만, 비슷한 종인 원숭이나 오랑우탄이나 뭐 이런 개체를 봐도... 포식자와 싸울 수 있을만한 수단도 없었을 것 같고. 그렇다고 나무를 잘 탄다거나 이랬을 것 같지도 않고. 원숭이하고는 다리의 신체 구조 자체가 틀리고, 근력도 약하고. 그렇다고 달리기도.. 9초에 100미터를 달리면 기껏해야 시속 40km/h 정도의 속도. 치타가 시속 110km/h를 달린다고 했던가?

저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어.
혹시 인육이란게, 다른 포식자들이 무척 선호하는 먹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

그러니까, 인간이 돌칼 하나 몸에 지니지 못했을 무렵에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다가 인간 하나를 붙잡아서 잡아먹었어. 이 호랑이는 처음으로 인간이란 개체의 고기를 먹어보았는데, 이게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맛이 있었던거야. 호랑이의 미친 상태라는게 어떤 것일지는 잘 상상이 가진 않지만, 어쨌든, 호랑이는 그날부터 다른 먹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인간을 찾아서 산과 들을 헤매이게 되어버렸고, 닥치는 대로 인간을 잡아먹었어. 그리고 인간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순간은 마치 호랑이에겐 행복 그 자체가 되어버렸지.

아마 난리도 아니었을거야. 호랑이건 늑대건 독수리건 온갖 맹수가 인간만을 찾아다니는 상황. 다른 작은 동물들은 갑자기 포식자들이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겠지만, 뭐 곧 적응해서 잘 살아가기 시작했겠지. 뭐 그건 그거고-

곧 맹수들은 인간의 숫자가 매우 적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느 날엔가는 다른 인간을 사냥하던 맹수와 맞부딪히기도 했을거야. 아까의 호랑이 같은 경우라면- 이제는 사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맹수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거야. 모든 맹수들이 인간의 고기에 미쳐있었고, 자신의 동족을 공격해서라도 인간의 고기를 먹지 않으면 행복해질(인간의 행복과는 좀 다른 종류의 것이겠지만) 방법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인간을 사냥할 수 있는 종이 되기 위해서 맹수들은 같은 종이건 다른 종이건 미친듯이 싸워댔고, 사이좋게 멸절 직전의 상태까지 가지 않았을까. 그 와중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때까지 공격당하는 일 없이 나태해져버린 다른 동물들을 공격해서 잡아먹으며 살아왔을려나- 같은 앞뒤 안 맞는 생각.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식인범죄 준비중인 사람으로 생각하진 마.
이 모든 생각의 시작은 네가 맛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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