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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ASP.NET 야근금지 서문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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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한강이 보입니다. 일을 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지면 굳이 밖으로 걸어나가지 않아도 바깥 풍경을 멍하니 서서 구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줄지어 선 빌딩들, 여기저기로 뻗은 도로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한강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세상의 흐름 어느 한 곳에서 흐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늘날의 프로그래밍 환경은 그야말로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인 프로그래밍 툴과 프로그래밍 환경 또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죠. 그 흐름의 가운데에서 초보 개발자는 어떤 기술을 선택해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중급 개발자는 어떤 기술을 습득해야 자신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풍족해질지를 고민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개발자는 새로운 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배우는 것을 즐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발 환경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암울합니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프로젝트에 학습 의욕은 꺾이고, 연일 계속되는 야근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 보다는 당장 집에 돌아가서 한 시간이라도 눈을 더 붙이는 일이 절실해집니다.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은 그러한 개발자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서 정해졌습니다.

...

지금까지 제가 보아왔던 프로그래밍 책(아니면 다른 어떤 종류의 책이든)의 책 앞머리를 보면 종종 저자가 자신의 주위 지인들에게 남기는 감사의 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주위의 사람들 하나하나를 열거해가면서 아주 장황하게 말이죠. 제가 좀 꽁한 구석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감사의 말을 읽으면서 '감사하긴 하겠지만 꼭 이렇게까지 감사의 글을 장황하게 남겨야 하는걸까? 그냥 감사의 마음은 접어두고 독자에게 당부의 말이나 좀 더 남기면 안되나?'라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원고가 '진짜 책'으로 묶여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보니, 이제는 그 감사의 말들이 이해가 됩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영향을 받았는지. 부모님, 은사님들, 친구들, 선후배, 회사 동료, 교학사 관계자 분들, 현업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및 여러 관계자분들, 구루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갑니다. 하다못해 이 책의 원고를 작성하는데 사용되느라 오랜 시간 혹사당한 노트북을 조립했을, 이름모를 중국인 노동자분에게도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분들이 고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책을 읽는 개발자 여러분의 야근이 금지되기를 염원합니다.

- 2007년 1월.


'결과야 어떻든 지르고 볼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후다닥 써서 출판사에 넘겼던 서문. 결국 요약되는 신세에 처하긴 했지만... ( 'ㅅ') 쓸 당시에는 뭔 생각으로 이렇게 써갈긴건지 참 나는 개념이 업ㅂ는 아이였구나- 싶을 정도.

이러나저러나 오늘도 밤을 지새는 개발자 여러분 힘내자구요.
빡세게 살다보면 야근금지의 그날도 오겠지효.

'ㅁ`)o  =3 =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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