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에 열어놓은 창 사이로 차가운 바람 한 자락이 스치듯 내 어깨를 훑었다.
예전 누군가의 손길을 떠올리게 만들던 바람은 이내 사라졌고, 내 몸 안에서는 어떤 감각이 살아났다.
출근길의 아침. 이제 8월의 대기는 어디론가 밀려가고 그때의 바람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얄궂게도 내 감각은 바람의 감촉과 연결된 기억들을 끌고 와 내 생각 속으로 밀어넣었다. 하염없이 걷기만 했던 그날, 인파 속에서 올려다보던 하늘, 안개로 감싸인 이슬맺힌 수풀 사이, 끝없이 뻗은 도로, 공항, 접이식 자전거, 회색과 검은색과 짙은 녹색과 파란색밖에 없던 풍경, 나를 잡아끌던 손. 기억은 온통 흩어진 지그소 퍼즐의 조각처럼 순서도, 시간의 앞뒤도 없이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피곤한 듯 목을 옆으로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제길, 가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