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을 구입했다.
하지만 정작 사진은 캐논의 수동카메라. D50으로 찍었다는.. 그렇다는..
나의 경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로운 장비, 그러니까 옷이라든가 가방이라든가 이런게 아닌 '어떤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시기와 감정이나 기분이 어떤 단계를 지나치는 시기가 비슷하게 겹친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들여다보면 초조함, 혹은 긴장감 같은 감정과 지름신과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런 종류의 얘기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또 하루를 보내고 8월의 달력을 넘기기 전에 결정한 것들, 그리고 결정할 것들에 대해 탓을 할 수 있을까.
요 며칠간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머리에 꽉 채운채로 D50을 어깨에 걸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숨기를 반복했다. 사람들과 그리 많이 맞닿지 않아도 되는 직업, 혹은 취미를 갖는 것만으로도 숨바꼭질을 할 필요성은 적어진다. 외로움과 혼자만의 시간을 맞바꾼다. 자유로운 시간. 아니. 자유롭지는 않아. 스스로를 옭아맨 생각조차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자유가 있을까. 내게 필요한 자유는 고독이 아니라 해탈이다.
고독이 되었건 해탈이 되었건 딱 부러지게 나아갈 길을 생각하지 못했음에. 생명을 걸어서라도 해야할 일을 결정하지 못했음에. 해가 뜨는 것과 함께 절망하고 해가 지는 것과 함께 실망하고 매일매일 불면과 수면부족을 번갈아 반복하며 한발짝씩 하루를 나아간다. 이런게 인생일까. 나이는 이렇게 먹어가는걸까. 긴 계획따위는 없이 그때그때 충실하게 사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허세를 부리듯 이 정도면 나쁜 건 아니지 않냐고 자문해 보지만, 지금껏 쌓인 나이로도 이길 수 없는 두려움은 시시때때로 찾아들고 나는 계속 순간을 끌고, 혹은 순간에 끌려가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답은 없이 의문만 쌓여가는 20대의 끄트머리에.
더 자랄 줄로만 알았던 의식의 키는 그대로인채.
마음 속 또 하나의 자신에게 응석만 늘어가는채.
또 문득 두려움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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