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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짜파게티 이야기

#.

'어 .. 맞다. 짜파게티에 치즈 넣어서 끓여본 적 있어요?'
'짜파게티에요?'
'네 얼마나 맛있는데요.'
'라면에 치즈를 넣는 것도 아니고, 짜파게티에? 식성 진짜 특이하다.'
'아니에요 정말 맛있다니까요.' 

 ...

'짜빠게티에 치즈는 드셔보셨나 몰라.. ㅋㅋ'

 

#.

사물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은 이내 사람과 연결되어 버린다. 그래서 때로는 두렵다. 사람과는 헤어질 수 있어도 나 자신의 기억과는 헤어질 수 없어서. 해마다 다른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거리의 바람 속에서, 그 계절의 과일에서, 마트의 진열대 위에서, 특정 상표의 로고에서 누군가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과 함께 찾아드는 달콤쌉싸름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결국 그 사람은 없고 나와 감정만 남아 있는데.

치즈를 넣은 짜파게티에서는 눅진하고 느끼한 우유 냄새가 났다. 다행히도, 이런 종류의 냄새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기엔 지나치게 흐릿하고 미끄럽다. 적어도 길을 걷다가 낯선 집에서 흘러나오는 짜파게티 끓이는 냄새에 널 떠올리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글자로 쓰여진 기억에서는, 알 수 없다. 강렬한 기억이 아님에도, 너의 말처럼 그냥 스쳐가는 인연에 불과한 것인데도.

난 이렇게 인스턴트 라면과 너를 연결지어야 할까.

 

#.

북경반점의 조리방법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아는 사람이었군요.

DSC_2956

그렇습니다. 건더기스프는 물이 끓기 전에 넣는겁니다.

 

#.

나는 항상 짜파게티류 라면(뭐라 호칭해야할지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른다)에 들어있는 유성스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음식 재료라는게 넣으면 뭔가 맛이 있거나 독특해지거나 해야 하는데, 이놈의 유성스프는 넣어봤자 맛이나 냄새가 달라지는 건 없고 다만 기름져지기만 한다. 그나마 예전에는 짜장스프를 잘 섞이게 한다는 점이라도 있었건만, 짜파게티 끓이는 방법을 조금 바꾼 이후로는 도저히 유성스프를 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유성스프의 용도를 찾아냈다 :

DSC_2955

계란을 부쳐내는데 필요한 기름의 양에 어쩌면 그렇게도 딱 떨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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