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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시작한지 이제 3년 남짓. 사실 작년 초까지는 본격적인 투자라고 하기는 애매했고, 주위 사람들이 달리면 같이 달리는 개미군단의 일원이었을 뿐이었다. 뭐 그렇다고 지금은 개미투자자가 아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여튼 그때는 수익률이라든가 이런 개념은 없었고 머리 속에는 '일확천금'과 '투자경험' 두 단어 뿐이었다. 뭐 주식으로 돈을 좀 벌면 다행이고, 잃더라도 경제수업을 받은 셈 치자- 라고 생각했으니까. 작년 초쯤에인가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작년 봄에 회사에 입사하면서 주식을 다시 시작했고, 펀드도 함께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주식과 펀드를 다시 팔아서 현금으로 만든 상태.
지금은 주식이나 펀드를 사고 팔 때 엑셀로 따로 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라든가 평균 투자액이라든가를 계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 포스트에 그런 수치를 적어놓고 '나의 투자 실적은 이렇습니다'같은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뭔가 기분이 찜찜한 것 뿐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 지난 몇 개월간의 수익을 평균해보니 한 달에 70만원 정도를 벌었다. 케냘이 병역특례를 시작해서 처음 받았던 월급의 액수는 108만원이었다.
- 70만원과 108만원.
물론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하면서 그것에 신경을 전혀 안 썼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주식을 찾고 펀드를 고르고 하는 과정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게 한달 월급 액수의 2/3라고 한다면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지. 뭐 이유를 대자면야,
1. 병역특례 월급이 워낙에 짰다. (일부러 내발로 작은 회사를 찾아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지만)
2. 원래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짱이다.
3. 그때는 재테크를 몰랐다.
... 뭐 계속 대자면 계속 나오겠구만. 중소 SI의 열악한 현실 뭐 막 이런 얘기 나와주시고- ...
잡설은 집어치우고, 지금의 감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
예전의 나는 누군가에게 속고 있었고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는
뭐 그런 느낌.
... 하긴 지금도 '속고 있는' 쪽에 더 가깝겠지. 개미투자자가 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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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주위 사람들과 재테크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평소 정리해둔 엑셀 시트나 요즘 동향같은거 설명해주다보니 ... 돈을 대신 굴려달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아는 후배 한 명 돈을 대신 굴려주긴 했었는데, 막상 말이 나오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기분이 요상하네.
현재 케냘 펀드(-_-)의 예비투자자는 네 명. 지금까지 달려본 경험으로는 투자자 모아 한 50억정도 대신 굴려주면서 이익금(펀드 전체가 아니고)에서 10% 먹는 시스템을 확립하면 먹고사는데는 문제 없을 것 같은데 ...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투자를 우습게 보는거겠죠. 네.
꼬꼬마 개미투자자는 그냥 버로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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