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거대 벤더의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지될 수 있는 소규모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가 필요한가이다.
내가 만들고 있는 Fountain Project는 그러한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포털 서비스, 검색 서비스, 무선 통신 서비스 등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단순히 무선 공유기와 PC를 특정 장소에 가져다 놓고 무선 공유기에 접속하는 디바이스에게 컨텐츠를 배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그러한 소규모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유용한지(난 그렇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유용함'의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뭘 만들고 뭘 제공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국지적이며 파편화된 소규모 서비스는 아직까지 별 쓸모가 없었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일까? IT 서비스에 있어서도 규모의 경제가 더욱 중요한 것일까? 사람들이 IT 기기를 다루는데 좀 더 익숙해져야 이런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서비스가 크리티컬 서비스가 될 수 있는 영역은 어떤 것일까?
한편으로는 '왜 거대 벤더의 서비스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이 페이스북을 사용해서 소통하는 세상은 분명 편리하겠지만, '누군가'가 모든 사람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페이스북이 됐건 구글이 됐건, 사람들의 생활에 '개입할지도 모르는' 빅 브라더 성격의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상의 소통에 관련된 수많은 부작용은 일단 논외로 하자)
전에 친구와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던 중, 그 친구는 내가 새로운 유형의 러다이트주의자라고 했었다. 그래서 새로 등장하는 거대 기술 벤더에 무작정 반감을 갖는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그보다는 '내 삶을 마구잡이로 휘저어 놓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힘을 가진' 그 무엇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고 말하는 편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러한 존재가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선의를 갖고 있다면 무척 행복한 일이겠지만, 물론 그런거 없다. 기업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격이지만, 인격을 갖춘 존재는 아니니까.
p.s: 메가 서비스와 소규모 서비스를 공룡과 설치류에 비할 수 있겠냐마는, 비슷한 속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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