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까, 이런 저런 텍스트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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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세월호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거나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떠오르곤 한다. 그토록 큰 사고였음에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안전은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의식은 지워낼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국 잊혀져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사고가 되고, 마침내는 또 다시 사람들을 이런 현실에 체념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 사회에서 평범하게 밥벌이를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해 체념하는 것이다. 자기 한 몸, 혹은 가족을 건사하며 살아간다는 일이 때로는 버겁고 지난한 일일지언정, 늦은 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삶의 구차함에 치를 떨게 하는 일은 아니어야 할 것인데. 사람들은 조금씩 그 감각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침몰해 간다. 어딘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오늘 하루를 수습하는 것 외에 없음을 알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의 옷깃을 붙들고 같이 침몰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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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친척 어른 중 한 분이 "강남에서 백화점이 무너졌담서? 백화점에서 팔자좋게 쇼핑이나 하다 무너져 죽었구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분이 했던 말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게 다행이다. 아마 그랬다면 난 지금 그 분을 경멸하고 있었겠지) 사고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에게 삼풍백화점 사고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고였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은 죽고 다쳤고, 그것은 개인의 운 없음에 불과했다. 권력에 의한 것이든 기업에 의한 것이든, 개인에게 닥치는 일은 개인이 알아서 잘 처신해서 피해야 할 일이었다. 그게 다였다. 6.25 전쟁 휴전 이후 60여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그저 운 없음에 속하는 일이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총에 맞는 일이 그렇듯이.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특별한 것은, 아마도 희생자의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부분일 것이다. 단지 자기 한 몸과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때로는 구차한 일상을 감내하는 이 땅의 기성세대에게, 자신과 동류인 사람들이 어디선가 '운 없이' 희생당하는 것은 외면할 수 있어도(이것 또한 구차함에 속하는 일이다), 책임질 것도, 책임질 수도 없는 미성년자들 - 그 중의 일부는 자신의 자식일 수도 있는 - 이 희생당하는 것은 차마 외면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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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어떻게 기억될까.
세월호 관련 뉴스를 읽다가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양평고 학생들이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 (http://kggoodnews.co.kr/n_news/news/view.html?no=9447)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조사 항목 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느낌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 응답이, 94.7%의 학생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인식한다는 부분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더 이상의 체념은 없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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