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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부음

어제 대학 동기녀석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사인은 심장마비.

평소에도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심장이 안 좋았던 것은 집안 내력이라고도 했다.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2주 전 토요일에 결혼을 했었다고 했다.

...

밤중에 장례식장을 뜨고, 친구들을 만나 새벽까지 얘기를 했다.

나이 서른에
누군가는 격무에 시달려 세상을 떴고.
누군가는 박사과정 전공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취직을 했으니 이제는 결혼을 해야하지 않냐며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 동기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불운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새벽 늦도록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제로 떠들어야 했다.

...

오전, 몽롱한 정신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적에 몸을 담았던 학술 동아리에서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후배로부터의 전화였다.
오늘 상견례가 있으니 참석할 수 있겠느냐는 전화였다.

도저히 갈 마음이 들지 않아 대충 둘러대고 끊어버렸다.

상견례에 찾아가서
IT고 나발이고 정신차리고 공무원 준비나 해 이 멍청한 것들아라고 소리를 질러줘야 했을까?

...

제발 무리하지 말자...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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