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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 가득 두꺼운 구름. 금방이라도 비가 올 태세였다. 오늘 자전거는 안될거야 아마. 어쨌든 밥을 먹으며 날씨가 바뀌길 기다렸다. 창밖을 다시 내다보니 이젠 비까지 내린다. 이럴 수 없어 얼마만에 주워먹은 휴가인데! ( ≥ㅍ≤) ;;;
우리에겐 이럴 때 외치는 이름이 있지요.
(/ ⊙△⊙)/ 허경영!
... 갑자기 아이울음같던 비가 그치고, 박무가 물러가며, 양광이 고개를 비추니 ... 헐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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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라이딩 준비는 끝났다.
대강 오늘의 행색은 이 모양.
별 생각없이 과천을 타겟으로 잡았다. 인천에서 과천쪽으로 가는 경로는 전철 노선(1, 2, 7호선)을 따라가다가 사당에서 과천으로 들어가는 방법과, 관악산 남쪽방향을 에둘러가는 경로가 있었다. 굳이 서울 시내를 헤매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경로가 4km나 더 긴데도 불구하고 남쪽 경로를 택하기로 했다.
... 하지만 막상 길에 나와보니, 시흥을 지나 광명으로 접어들 무렵 네비 언니(=네비게이션 안내 멘트)는 자꾸 고속도로를 내게 강요하고 지방국도는 알려주지도 않고... 짜증나서 금천구 방향으로 자전거 핸들을 틀었다.
그 이후 금천구에서 3회, 관악구에서 1회 사고나서 타이어에 깔려 납짝쿵(*^^*)될 위기를 넘겼다. 한 번은 정말로 위험해서, 교차로에서 우회전 틀어 들어오던 차량이 뭔 딴생각을 했는지 직진하던 날 못 보고 들어오다 급정거. 그래놓고 수 차례 클랙션 울리고 난리더라…
저걸 끌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참음. 아 내가 오늘 컨디션도 그리 안 좋은데 무리하게 자전거 끌고 나왔다가 이게 뭔...
그래도 사고 안난게 평소 지렁이 로드킬마저 피해가며 안전/방어운행을 해온 날 굽어살피신 허느님의 배려라 생각하고 다시 페달을 저었으나, 그냥 서울시내에서 진이 다 빠졌다는 말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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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뉴욕에서 이딴걸 팔았다간 슬럼가 흑인들에게 총맞아죽기 딱 좋을 듯한 맛의, 뉴욕 핫도그란 이름의 음식물을 씹어먹으며 과천에 도착하면 뭘 할까 생각했다. 음... 그래. 날씨의 기적을 믿어보자. 기적이라면 역시 ... 경마지!
... 해서 과천 경마공원으로.
사당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길은 '은근히 오르막'이었다. 그냥 끝도 없이 은근한 오르막으로 허벅지를 말리는 그런 길인거지. 여튼 생각보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를 달리다보니 네비의 안내 종료 메시지가 나왔고, 과천경마장의 담장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 입구가 어디야 이거.
별 수 없이 담장을 따라 뺑뺑 돌았다.
지옥의 입구임을 나타내는 듯한 문구가 나를 반겼고, 길가는 처자를 붙잡아 물어 간신히 입구를 알아낼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구슬픈 뽕짝 음악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근데 경마공원따위를 왜 왔냐고?
아까 말했잖은가. 기적을 믿어보자고.
그분의 기적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어보니 신씨 아주머니 세 분이 고개를 빼꼼 내미셨다. 액수는 상관없어. 한방이면 충분해.
'오늘은 경주가 없습니다'
... 뭥? ºㅁº)
기초적인 것도 확인않고 무작정 달린 나의 패배다... orz 아 나 진짜 이거 터지기라도 하면 허경영 후원금 내거나 콜미 씨디 사서 뿌릴려고 했는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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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가족공원(경마장 내에 가족공원이라…) 구경이나 해보기로 했다. 주중의 가족공원은 입장료가 무료였다.
가족공원 들어가다가 눈에 확 들어온 경마장 광고. 아 섹시해...
가족공원의 입구. 왠지 입구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입구에 들어서니 내부는 무슨 지하감옥 분위기에 어디선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심히 거슬렸다.
오늘은 경마도 없고 말도 없어. 뭘 기대했나?
그래도 명색이 경마장에 둥지를 튼 공원인데 말 구경은 할 수 있지 않을까하여 탐색을 시작했다. 어딨냐 말...
말은 어디가고 사람들만 조낸 뛰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말...
전체적으로 조경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다. 경마장에서 돈 잃고 공원에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라는 의미인건지, 돈 긁어모은다고 욕 먹기 뭐하니까 마사회가 이렇게 좀 꾸며놓은건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여튼 정원 산책하는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 괜찮은 장소인 듯 싶었다. 평일이라서 사람은 거의 없었던지라, 여기저기 살펴보다보니 일이 없는 경마장 직원은 꾸벅꾸벅 졸고 있기도 했다. 졸고 있는 직원을 몰카질해서 마사회에 제보하려다가 참음. 여기도 나름대로 편한 직장이구나...
'경마공원'임을 떠올릴 때마다 뭐라 매치가 안 되던 조형물. 아버지는 경마로 가산을 탕진하고 아이들은 천진난만 … 하지만 어딘가 기괴하다.
마찬가지로 애매했던 조형물2.
... 어쨌든 난 말을 보러 왔다고! 말!
찾았다!
말이다아~ 말이다아~ 몸에 좋고 맛도 좋... 이게 아니지;
여튼 말.
이럭저럭 둘러보다 경마공원을 빠져나온 시간은 대충 세 시. 대충 좀 무리해서 달리면 일이 있는 일곱시까지는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까 금천구에서의 사고가 날 뻔한 일도 있고 해서 낯짝 두껍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이용해서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 근데 전철역에 들어가다보니 요즘 '자전거 들고 타면 안됩니다' 안내 문구는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데... 뭐지?
네 시간동안 고생한 내 스왈로우.
아 근데 네 시간으로는 확실히 꽉 차게 달렸다는 느낌이 안 드네.. 여덟시간을 채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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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라이딩 BGMs ;
안치환 – 개새끼들
타루 - Bling Bling, 날씨 맑음 (미스티 블루 cover song), Love Today (Sentimental mix)
하찌와 tj - 별총총, 살랑살랑
한희정 -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Norah Jones – Sunrise
W & Whale - R.P.G. (Rocket Punch Generation)
We live in OZ cm song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과도히 신나는 노래나 power song 계열을 넣지 않았다. 그랬던게 다행이었던듯.